비서 출신 L씨는...

출중한 미모에 다부진 몸가짐, 차분하면서도 사람을 기분좋게 하는 어조,

상대 의중을 미리 간파하는 센스까지 그야말로 빠지는 게 없다.

몇해전 자신에게 첫눈에 반한 자상하고 유능한 P씨와 결혼에 골인.

지금은 떡두꺼비 같은 아들 낳고 오순도순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겉보기 너무나 완벽하여

고민거리하나 없을 것 같은 L씨에게도 남모르는 속사정이 있었으니

바로 명절 스트레스, 시댁식구와의 마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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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마지막날,

끝가지 자신들을 배웅하러 나와준 시댁식구들을 향해 연실 웃으면서

자가용 차창 밖으로 손인사하는 건네는 L씨는 누가 봐도 참한 며느리이다.

“얼른 들어가세요. 저희 걱정마시구요.”

 

 

허나, 일단 자가용만 출발하면...

그녀 입에서 시댁 식구들에 대한 원망과 속상함이 속사포처럼 쏟아져 나왔다.

“당신 식구들은 말이야... 어쩌구 저쩌구...

당신 식구들만 보면... 어쩌구 저쩌구.“

 

 

남편 P씨는 평소와 다른 부인의 모습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자신을 비난하는 것은 참을 수 있었지만 자기 가족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험담하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던 것이다.

사정이 이러다보니 돌아오는 귀성길 차안에서 생긴 말다툼은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져가며 그 여파가 짧게는 수일, 길게는 수주까지 갔다.

 

 

  ..................

 

 

이번에도 어김없이 민족대이동의 명절이 돌아왔다.

하지만 이번 명절에 대한 L씨의 각오는 남달랐다.

매번 똑같이 겪는 상황을  이번 명절에는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했기 때문이다.

 

L씨는 먼저 자신의 가슴에 물어보았다.

자신은 남편에게 무엇을 원했고 남편은 왜 그렇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자신이 어떻게 해야하는지...

 

 

 

그러다 L씨는 남편에게 이런 부탁을 하기에 이르렀다.

 

 

L씨: “여보!, 내가 이번 명절에 당신 가족 욕을 또 하게 될지 몰라.

근데, 그건 당신 가족을 미워하거나 원망해서가 아니야.

내가 당신만큼 당신식구들에게 잘 하는 것은 알잖아. 그치?

그래서 말인데, 당신에게 부탁이 있어.

 

 

P씨: “말해봐, 뭔데...”

 

 

L씨: 내가 어떤 말을 하더라도 당신은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 단 이 세가지 말만 나에게 해주는 거야.

들어줄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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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마지막날, 여느 때처럼

L씨는 자신들을 배웅하러 나와준 시댁식구들을 향해 연실 웃으면서

자가용 차창 밖으로 손인사를 건냈다.

“얼른 들어가세요. 저희 걱정마시구요.”

 

 

그러나 자가용가 출발하자, 여느 때같이

L씨 입에서 시댁 식구들에 대한 원망과 속상함이 속사포처럼 쏟아져 터져 나왔다.

“당신 식구들은 말이야... 어쩌구 저쩌구...

당신 식구들만 보면... 어쩌구 저쩌구.“

 

그런 L씨의 손을 P씨가 잡으며 말했다.

여보! 미안해

 

그 순간!!! L씨의 응어리졌던 가슴이 눈녹듯 사라지고

두눈에서 닭똥같은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P씨는 직감했다.

L씨가 진정으로 원했던 것이 바로 다름 아닌 자신의 따뜻한 말한마디였음...

그 마음을 몰라주고 아내의 말에 조목조목 반박하며 생채기만 냈으니...

 

 

"여보 너무 미안해.

당신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르고 내 생각만 했네.

당신처럼 우리식구들에게 잘하는 사람이 어딨을라고...

정말 고마. 그리고 너무나 사랑해

 

 

사랑해, 미안해, 고마워... P씨의 진심어린 세가지 말에

몇년간 쌓였던 L씨의 피곤과 설움은 말갛게 씻은듯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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