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바다가 아니다.

 

 

 

   살면서 느끼는 여러 가지 어려움, 감정들은 구름과 같아서 시간이 지나면 흘러가는 것인데 사람들은 그것을 움켜쥔 채 힘들어, 힘들어하며 발만 동동 구릅니다. 그러니 구름이 더욱 오래 갈 수밖에요.

   어차피 구름은 끼게 있고 바람은 불게 있고 비는 내리고 눈은 옵니다. 그러는 가운데서 나무는 자라고 꽃은 피었다지고 열매는 맺는 것이지요. 이치를 알면 담담하게 지나갈텐데 사람들은 흘러가는 구름을 움켜잡느라 시간을 다 허비해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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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jeeung1004(jeeung1004)


 

 

 

   많은 현자들이 이 세상을 다녀갔습니다. 그들의 삶에도 비는 내렸습니다. 그러나 늘 담대하고 의연했지요. ‘비가 오는 구나. 저 비가 그치면 잎이 무성해지겠지.’ ‘꽃이 피는구나. 저 꽃이 지면 또 새 잎이 돋겠네.’ 그것이 인생임을 알았기 때문에 그들은 천둥이 쳐도 크게 웃을 수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감정의 파도에 떠밀려 허우적거리며 살아가지만 감정의 실체(정확히 말하면 그것은 욕망의 찌꺼기지요)를 간파해버린 도인들은 바다 밑 심연 속에 앉아서 그 파도를 구경하며 살아갑니다. 그것을 용심用心이라 하고 정명正明자리에 있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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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6040(h6040)

 

 

 

 

 

   흔히 마음이 슬프다, 마음이 기쁘다, 마음이 외롭다는 말을 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알고 있는 마음은 마음이 아닙니다. 감정일 뿐입니다. 마음이라는 바다에 이는 파도와 같은 것이지요. 파도도 바다의 일부분이긴 하지만 파도를 바다라 하지는 않습니다.

 

   기분이 나쁘다, 좋다, 슬프다, 외롭다... 이 모든 것은 마음이란 거울에 비친 그림자에 불과합니다. 마음이 없으면 우리는 그 어느 것도 느낄 수 없습니다. 아무리 아름다운 필름과 성능 좋은 영사기가 있다 하더라도 스크린이 없으면 영화를 볼 수 없는 이치와 마찬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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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화림(steelilsin)

 

 

 

 

   

   난생 처음 영화관에 가 본 사람은 스크린 안에 산이 있고 바다가 있고 사람이 사는 줄 알고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합니다. 스크린을 만져 보고 나서야 진짜가 아니라 그림자였음을 깨닫게 되지요. 그러나 날마다 영화 구경을 하는 사람이라도 한참 영화 속에 빠져 있을 때는 스크린 속의 영상을 현실로 생각하기 마련입니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지요. 자신의 생각과 감정에만 푹 빠져서 지내는 사람은 그것이 한편의 영화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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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화림(steelilsin)
 

 

 

 

 

   마음거울이라면 여러 가지 생각이나 감정거울에 비친 그림자, 먼지와 같은 입니다. 그러니 기쁘고 슬픈 것에 매달려 연연해할 필요가 없지요. 하루 일이 끝나고 잠자리에 누울 때 그날 언짢은 일이 있었다면 이렇게 생각해 봅니다.

 

   ‘오늘, 재미없는 영화 한 편 봤네.

 

   영화가 끝났다고 해서 스크린이 없어지지 않듯이 숱하고 오고 가는 감정들 속에서도 무언가 변하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불안함도 바라보고 있고 기쁨도 바라보고 있고

외로움도 바라보고 있고 슬픔도 바라보고 있는 어떤 존재,

그것이 바로 참 자기 이고 마음입니다.

 

 

 

* 출처: 새벽은 새벽에 눈뜬 자만이 볼 수 있다. p 1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