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부터 시작한다.

 

 

관념의 옷이 있다.

그런데 그 옷은 너무나 오랜 세월동안 덕지덕지 붙어서 잘 벗겨지지가 않았다.

이제는 아예 살갗에 붙어서 내 몸의 일부가 되어 버린 것 같다.

 

 

처음부터 이런 옷이 되리라 예상하고 입은 것은 아니었는데..

이 옷이 나를 부정적이게 하고 있다는 것을 뒤늦게나마 깨우쳤다.

그런데 이 옷은 무슨 마력이라도 있는 듯

비슷한 옷들을 계속 끌어당기는 것이었다.

칙칙하고 어두운 느낌의 옷들을.

 

 

이 옷을 벗기려고 많은 노력을 했지만 쉽지가 않았다.

좀 더 쉽게, 자연스럽게 옷을 벗길 방법이 없을까?emoticon

아니 옷이 스스로 내 몸이 싫어져 벗겨져 나가게 할 수는 없을까?

 

 

옷2.jpg

 

   

어릴 때 배웠던 우화가 떠 올랐다.

햇님하고 바람하고 지나가는 나그네 옷 벗기기 시합하는 우화이다.

바람이 강하게 부니까 나그네는 오히려 옷을 벗지 않으려고 더욱 강하게 움켜줬지만,

햇살이 환하게 비치니까 나그네가 스스로 옷을 벗는 이야기.

누구나 아는 흔한 이야기.

그냥 알고 있던 이야기.

그런데 이렇게 새롭게 와 닿을 줄이야..emoticon

 

 

옷을 벗기려고 애를 쓰면 쓸수록 옷이 잘 벗겨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마치 옷도 생명력이 있어 살고 싶어 하는 듯했다.

그래서 옷을 벗기는 데 고민하고 에너지를 쏟는 대신

새로운 옷을 입은, 깨끗하고 가벼운 옷을 입은 내 모습을 상상하기로 하였다.

매일 매일을 상상하는 것이다.

상상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아자!   emotic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