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새를 가지듯이

 

- 이외수

 

하늘이 새를 가지듯이
사랑을 하면 창공을 나는 새가 된다.

 

조롱 속에 갇혔다가 창공에 풀어진 새처럼 서로를 풀어줘야 한다.
그가 나를 안 만났다면 불가능했을, 꼭 그 만큼 풀려야 하고
나 또한 그를 만나지 못했다면
어림도 없었을 그 만큼은 풀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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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사공(basssagong) 

 

 


누군가 한 사람을 만나면서 내가 물을 만난 물고기처럼 살아나는 것,
그것이 사랑이다.

눌려있던 것, 갇혀있던 것, 잠겨있던 그 모든 것들이
일시에 풀리고 터져 오르는 순간에 사랑은 비롯된다.


내가 누군가를 만나 새처럼 풀리고
또한 그 누군가도 새처럼 풀어지게 하는 것이 사랑이다.


사랑은 여름 새벽의 호수처럼 넓고, 심상해야 한다.

사랑에 전혀 소유가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사랑의 소유는 늘 개방과 더불어야 한다.


그가 나를 만나서 그 만남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할 성 싶도록
밋밋하게 그리고 푸르게 삶의 자유를 누리게 할 때 느끼는 충족감
그때 느끼는 마음속에서 사랑하는 이들은
'저 사람을 내가 소유했다'고 실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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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천둥(wind_wind) 

 

 

사랑하는 이들은 그들의 사랑이 호수인가를 물어보아야 한다.
상대가 내 사랑의 호수에서 비로소 생생하게 활개치며 헤엄치는
물고기인가를 물어보아야 한다.
그리고 내가 그의 사랑을 호수삼아 자유롭게 떠다닐 수 있는
물고기인가도 물어보아야 한다.

 

사랑의 소유에는 이 부유감이 따라야 한다.
사랑의 소유는 움켜잡지 않는다.
그 소유는 상대가 내 속에서 덧없이 그 스스로를 알 수 있는가를 확인하는 것이다
아주 특이한 소유다.


바다가 그 속의 물고기를 지니듯이
사랑은 상대를 소유한다.
하늘이 새를 가지듯이 꼭 그렇게 사랑은 소유한다.